◇무교동북어국집 = 북엇국 하면 ‘아! 그집’ 한다. 다동 골목에서 단일메뉴 북엇국 하나로 전국구 입맛을 사로잡은 집이다. 아침부터 해장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그냥 식사하러 오는 손님도 많다. 메뉴는 하나. 단지 ‘두부 많이’ ‘건더기 빼고’ 등으로만 주문을 달리할 수 있다.
뜨끈한 국물 속 매끈한 두부가 들었다. 육수는 구수하고도 시원하다. 채 썬 두부도 부담스럽지 않아 훌훌 마시면 그만이다. 국과 밥 모두 무한리필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1길 38. 8000원.
◇청진옥=1937년 개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해장국 골목의 터주다. 오죽하면 ‘청진동식 해장국’이란 말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을까. 신선한 내포와 선지를 넣고 고아낸 국물이 시원하다.
요즘 음식처럼 맵지도, 거하지도 않은 ‘상냥한’ 해장국을 주욱 들이켜고 나면 배 밑이 뜨끈해지다가 곧 후련해진다. 안주로 좋은 내포도 따로 건져 파는데 해장하란 소린지 술을 더 마시란 건지 모를 지경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3길 32. 1만 원(보통), 1만2000원(특).
◇운암콩나물국밥 = 전주 특유의 콩나물해장국을 파는 집. 통통하고 아삭한 국밥용 콩나물만 골라 쓴다. 멸치며 건어물로 우려낸 진한 국물에 밥을 토렴해 낸다. 국물이야 말할 것도 없고 김치를 다져 넣어 더 시원하다.
달걀 2개를 넣은 수란으로도 충분히 단백질 공급이 되지만, 삶은 오징어를 더해도 좋고 옆에서 젓갈을 사다 곁들여도 뭐라 안 한다. 식탁에 놓인 김은 무제한이니 수란이나 국물에 적셔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63 남부시장 2동. 6000원.
◇고바우집 = 선짓국. 원주를 대표하는 해장국집이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의 비결인 탱글탱글한 선지가 일품인데, 원하면 무한정 가져다 먹어도 된다. 먼저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내포와 선지 덩어리만 간장에 찍어 먹어도 심신이 깨어난다.
마시기 좋게 깔끔한 국물을 원하는 손님이 많아 밥을 미리 말지 않은 ‘따로 해장국’으로 판매한다. 터미널 부근 단계동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어찌들 알고 찾아온다. 원주시 장미공원길 68. 따로 해장국 9000원.
◇황산옥 = 해장에 좋다는 복 중에서 최고로 치는 황복을 일 년 내내 끓여 파는 집이다. 주막으로 출발해 금강 변 강경나루에서 한 세기를 보낸 노포 중 노포다. 보드랍고 촉촉한 황복을 큼지막하게 토막 내 넣고 뚝배기에 팔팔 끓여낸다.
미나리가 녹아난 국물은 술에 찌든 속을 씻어준다. 복국은 경남에서 주로 쓰는 말이고 여기선 복탕이라 한다. 소동파가 극찬한 황복이야 귀하니 값도 꽤 나간다. 황복이 아닌 은복을 쓰면 반값이다. 논산시 강경읍 금백로 34. 황복탕 3만 원, 복탕 1만5000원.
◇수정식당 = 졸복탕이 있어서 ‘다찌집’이 존재한다. 해장거리가 든든하니 다찌집에서 술을 잔뜩 마셔도 된다는 의미다. 졸복이란 복어 중에서도 작은 축에 드는 것인데 사실 통영에서 먹는 졸복은 그보다 더 작은 복섬이다.
작지만 그래도 복어라고, 시원한 맛을 강력하게 내는 복국을 냄비째 끓여 판다. 국물을 떠먹다 밥을 말고, 냄비가 식으면 입에 대고 그대로 마셔 ‘위세척’하면 바로 소주 한 병쯤은 더 들어갈 정도로 회복된다. 맑은탕, 매운탕 모두 있다. 통영시 항남5길 12-21. 1만1000원.
◇일억조 고디이탕 = 곳곳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다슬깃국이다. 호남과 호서에선 대수리, 올갱이라 하고 대구는 고디이라 부른다. 다슬기는 조그만 살집이지만 순수 단백질 덩어리다.
간에 좋다는 이른바 그린푸드로, 시원한 된장 국물에 우거지와 함께 폭 끓여낸다. 대구 음식 중 보기 드물게 빨갛지 않으며 맛 또한 자극적이지 않아 해장거리로 그만이다. 밥을 말면 부드러움이 더하다. 간밤에 술자리가 없었대도 아침 식사로 좋아 많이들 찾아온다. 대구 남구 이천로 60-2. 7000원.
◇청룡식당 = 재첩국. 재첩(갱조개) 주요 산지인 진월면에 있는 이 집은 재첩국과 무침, 반찬 등을 상째로 들어 차려주는 집이다. 친척집에 놀러 온 기분. 주메뉴인 재첩은 섬진강 일대에선 속풀이의 대명사로 통한다.
소금만 넣고 끓여도 뽀얀 육즙이 우러난다. 맑은 탕으로 끓여 부추만 올려 먹어도 진한 맛이 혀끝을 감싼다.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와 배 속에 닿으면 마치 해독제라도 투약한 듯하다. 속 아리고 골 아픈 숙취를 싹 씻어낸다. 광양시 진월면 섬진강매화로 160-1. 7000원.
◇라칸티나 = 단백질 덩어리 조개가 과연 해장엔 좋은가 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이곳에 오랜 세월 파스타로 해장해온 이가 많다는 것. 이름하여 스파게티 콘 레 봉골레. 커다란 백합 조개를 듬뿍 넣고 국물이 흥건하게 볶아낸 파스타다.
자작한 국물과 함께 조갯살을 떠넘기면 입안에 가득 퍼지는 감칠맛과 더불어 속이 편안해진다. 해장 파스타란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오랜 양식 노포에서 풍기는 분위기 또한 근사하다. 서울 중구 을지로 19 삼성빌딩. 1만9000원.
◇무교원 원대구탕 = 대구탕인데 오로지 ‘해장용’이다. 지방이 없어 말끔한 육수를 내는 대구 토막을 두툼하게 썰어 넣고 무와 대파로 ‘해독제’를 뽑아낸다. 뜨겁고 칼칼한 국물이지만 거부감이 없다.
국물을 주욱 들이켜다 보면 X선 없이도 제 장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할 수 있다. 밥을 말아 후룩 떠먹으면 그 편안함에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요물이다. 원래 서린동에 있었지만 지금은 서소문과 내수동에 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11길 42. 1만 원.
◇채훈이네 = 몸국. 해초도 해장에는 빠지지 않는다. 매생이는 겨울에만 나지만, 모자반은 그나마 얼려놓아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돼지고기 국물이다. 사골과 살코기를 잘라 넣고 뭉근한 불로 오랫동안 끓여냈다.
모자반을 넣고 다시 한소끔 끓여낸 몸국 한 그릇이 지친 몸을 팔팔하게 되살린다. 원래 선지와 소고기를 넣고 끓여내는 제주식 해장국집인데 의외로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고사리육개장 등 밥집으로도 훌륭해서다. 제주시 한경면 두신로 69. 해장국 9000원, 몸국 8000원.
◇해남식당 = 조개 해장국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충장로에서 사람들은 속 풀어가며 한세월을 보냈다. 조개를 잔뜩 넣고 끓여내니 제아무리 센 숙취라도 견뎌낼 재간이 없다. 특유의 시원한 국물은 살짝 칼칼해 잃어버린 입맛을 단번에 되돌려놓는다.
폭음에 혀에 백태가 꼈대도 조갯국 맛은 느껴지니 신통하기도 하다. 푸짐한 뼈 해장국도 있다. 싱싱한 뼈다귀에 붙은 살점도 투실해 이걸 찾는 이가 많다. 가만 보면 해장이 필요 없는 이들이다. 광주 동구 중앙로 149-5. 8000원.
◇제일콩국 = 해장을 아침이 아니라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이도 많다. 이들에게 새벽 단골코스는 콩국집이다. 지금이야 거리두기 탓에 오후 10시면 끝나지만 예전엔 새벽 막차 코스로 찾았다. 콩국수에 들어가는 차가운 콩국물이 아니라 뜨끈한 콩국이다.
여기다 튀김을 잘라 녹여 넣고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어느새 해장이 이뤄진다. 아침에 타는 목마름도 없다. 아까 언급했듯 단백질과 수분 공급이 해장의 원리다. 콩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 중구 남산로6안길 47. 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