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굴비특선=참예그리나. 더울 땐 그저 찬물에 밥 말아 먹는 게 제일이다. 얼음 동동 뜬 냉녹차에 강황밥을 말고, 굴비를 죽죽 찢어 올려 먹으면 도망간 입맛이 귀가한다. 짭조름한 굴비가 땀을 뺀 몸에 염분을 채워주고 얼음녹차는 갈증을 풀어준다.
씹지 않아도 밥이 술술 넘어가니 더위가 싹 가신다. 송도국제도시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반찬 하나하나 모두 깔끔하고 메뉴에 정성이 가득하다. 인천 연수구 갯벌로 12 미추홀타워 별관 B동 지하 1층. 1만7000원.
◇김치말이밥=리북손만두. 정통 평양식 만두로 유명한 노포. 시원한 김칫국물에 밥을 말아내는 김치말이밥이 제 시즌을 맞았다. 김칫국물에 밥이나 국수를 말고 오이 냉채를 얹은 다음 참기름, 참깨를 뿌려내는 간단한 음식.
쭉 들이켜면 목을 넘어가는 슴슴하고 시원한 국물이 청량함을 준다. 고춧가루나 고추장 등을 첨가하지 않은 국물의 쩡한 맛이 압권. 해장거리로도 좋다. 서울 중구 무교로 17-13. 9000원.
◇김치말이국수=눈나무집. 삼청동 맛집으로 여름에 김치말이 국수가 인기다. 살짝 달달한 김칫국물에 얼음을 동동 띄우고 쫄깃한 국수를 말아낸다. 고명이랄 것도 없다. 김가루와 계란을 얹었고 국물엔 김치를 썰어 넣었다.
새큼달큼한 국물이 더위에 축 늘어진 몸을 당장 꼿꼿하게 펴준다. 시원한 국물이 우선이요 꼬들꼬들 씹히는 면발이 그다음을 책임진다. 층층이 커다란 창으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풍경도 좋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136-1. 6000원.
◇함흥냉면=흥남집. 함경도 출신이 모여 사는 중앙건어물시장 부근엔 오장동이 있다. 이들이 즐기던 함경도 농마국수가 함흥냉면이 됐다. 얇고 탱탱한 전분국수 한 똬리를 그릇에 담고 살얼음 낀 달콤한 육수를 붓는다.
그다음 매콤칼칼한 양념과 간자미회를 얹어낸다.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차갑지만 땀이 살짝 날 만큼 매운 양념은 지친 몸에 활력을 준다. 오장동 원조 격으로 오래된 집. 고기와 회 비빔을 섞은 메뉴도 있다. 서울 중구 마른내로 114. 1만1000원.
◇진주냉면=하연옥. 평양과 더불어 냉면의 양대 축을 이루는 경남 진주. 해산물 육수를 식혀 국수를 말고 소고기 육전을 부쳐 얹었다. 달걀 지단 등 손이 많이 가는 고명을 보니 꽤 고급음식이다.
두꺼운 메밀면을 한 움큼 집어 입안에 쏟아 넣고 씹다가 차가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다음에 지단과 육전을 베어 물면 달걀향과 육향이 곁들여지는데,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진 재료가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만족감을 준다. 진주시 진주대로 1317-20. 9000원.
◇콩국수=주마본. 콩이 좋고 물이 좋아 콩나물국 등을 즐겨 먹는 전주에서 소문난 콩국숫집이다. 외진 곳에 있지만 어찌 알고 잘들 찾아온다. 진하다 못해 카레 소스처럼 걸쭉한 콩물에 두꺼운 칼국수 면을 말아낸 후, 혹여 모자랄까 봐 콩가루까지 듬뿍 얹어준다.
고소한 콩물에 면을 적셔 한입 빨아들이면 입안이 진한 풍미로 가득 찬다. 전주시 완산구 용머리로 36. 8000원.
◇밀면=초량밀면. 굵고 씹는 맛이 좋은 밀면을 시원한 고깃국물에 말아낸다. 졸깃한 면발을 한 뭉치 입에 넣고 씹다가 달달한 육수에 매운 양념을 섞어 쭉 마시면 왜 부산사람들이 냉면을 놔두고 밀면을 찾는지 금세 이해가 간다.
양도 제법 되지만 껍질 얇은 만두를 곁들이면 더욱 풍성한 한 끼가 된다. 초량동 부산역 건너편에 있다. 역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한 그릇 뚝딱하기 좋다. 부산 동구 중앙대로 225. 5000원.
◇쫄면=베테랑칼국수.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관광객들의 순례코스가 되더니 이젠 전국구 명성을 떨치고 있다. 칼국수야 사계절 잘나가는 시그니처 메뉴고 여름엔 콩국수와 쫄면도 인기다.
달콤하면서 살짝 매운맛을 더 내는 양념이 신의 한 수. 어디 가서도 ‘맵달’의 이 황금 비율을 찾기 어렵다. 단무지 하나 허투루 내지 않는 집이다. 배가 불러도 만두를 빼놓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135. 쫄면 6000원, 만두 5000원.
◇모돈정식=행복한 하루소바. 씹는 맛 좋은 메밀국수와 바삭한 돈가스를 곁들여 먹는(기름기 부족할까 봐) ‘모돈정식(모밀국수+돈가스)’을 판다. 대파와 무, 겨자를 넣고 취향껏 만들어 먹는 장국도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
시원한 맛을 강조했고 짠맛이 덜하다. 소바라 썼지만 일본식이 아니라 토착화된 한국식에 가깝다. 판메밀 2판을 연이어 먹고 나면 몸이 서늘해진다. 한의학에 따르면 메밀은 냉한 기운이 있다. 서울 중구 무교로 16. 8000원. 세트 1만1000원.
◇메밀국수=유림면. 1962년부터 서울 서소문을 지켜온 노포. 메밀국수와 냄비국수를 판다. 메밀국수는 2단 판에 올려 나온다. 주문 즉시 살짝 심이 살아 있도록 삶아낸 점박이 메밀국수를 집어 살얼음 낀 장국에 찍어 먹으면 서늘한 기운이 스멀스멀 식도를 타고 넘어간다.
장국은 달거나 짜지 않으며 풍미가 썩 좋다. 메밀의 구수한 향을 장국이 해치지도 않는다. 이 두 가지 메뉴로만 미쉐린 레드가이드(빕구르망)에 선정된 집이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39-1. 8500원.
◇물회=포항 명천회식당. 여름 무더위 속 물회를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그저 물에 양념장을 풀고 날생선을 썰어 넣은 것 같지만, 사실 물회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곳은 ‘북부시장식 물회’다. 육수 대신 특제 고추장을 넣는다.
청어와 꽁치, 전어, 멸치, 숭어 등 등푸른생선을 주로 쓴다는 것도 차이. 흰살생선보다 맛이 진하다. 무침회를 집어 먹다가 물을 붓고 밥을 말거나 국수를 넣어 먹는다. 포항시 북구 삼호로 70. 무침회 1만 원, 물회 1만1000원.
◇된장물회=장흥에는 된장에 말아낸 물횟집이 많다. 된장물회는 고추장 물회처럼 맛이 강하지 않아 좋다. 깔따구(농어새끼의 방언) 등 제철 잡어에 신김치와 열무, 된장을 넣고 시원한 얼음냉수에 말아먹는다.
여름엔 생선들이 빨리 상하는 탓에, 이를 방지하고 식감도 좋으라고 회를 떠서 살짝 뜨거운 물을 부어 겉만 익힌 다음 물회로 낸다. 싱싱회마을(장흥읍), 삭금횟집(이하 회진면), 청송횟집, 우리집횟집, 삭금 남촌횟집. 된장물회 3만∼4만 원(2∼3인분).
◇팥빙수=창동복희집. 그야말로 팥+빙수다. 1970년대 초반 문을 연 이 집의 팥빙수는 정말 예스럽다. 요즘 유행처럼 우유를 얼린 것이 아니다. 각얼음을 들들 갈아낸다. 날카로운 얼음 사금파리가 더운 입에 시원한 일격을 날린다.
이 위에 직접 쑨 고소하고 달달한 통팥을 얹어 맛을 더한다. 스푼으로 슬슬 섞어가며 한입씩 맛보면 밖에 여름이 지나고 있는지도 잊게 만드는 맛. 옛날식 떡볶이와도 궁합이 딱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1-1. 5000원.
◇과일빙수=롯데호텔 서울의 히트상품이다. 멜론 빙수와 애플망고 빙수가 있다. 특제 제빙기로 얼린 우유빙수 위에 스쿱으로 떠낸 유바리 멜론을 올렸다. 당도와 향이 특히 높아 한입만 떠먹어도 황홀감을 느낀다.
멜론과 빙수를 떠먹다가 팥을 넣어 다시 섞어 먹으면 새로운 식도락이 시작된다. 시그니엘 서울에선 밀크파인애플 빙수, 멜론자몽 빙수, 코코넛망고 빙수를 판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멜론 빙수 4만9000원.